산수유
내 고등학교 2학년 담임선생님은 국어 선생님이었다... 담임 선생님 과목이 국어라고 아이들이 전부 국어를 잘하거나 열심히 하지는 않는다.. 유전자 물려준 내 아이들도 나와는 다른데, 담임이 국어라고 내가 국어에 관심이 더 있었을까?
사실 그 당시 내가 생각하는 국어는 해도 점수가 안 오르고 안해도 점수가 떨어지는 과목이 아니었다... 그래서 거의 국어 시간이면 다른 과목 공부를 하거나 선생님 몰래 잠을 자거나 했다(선생님 죄송합니다.ㅠㅠ).
그런 국어였지만 유난히 내 기억에 남는 시 작품이 있다.. 바로 김종길 시인의 성탄제라는 시다.. 그 시는 아픈 자식을 위한 부정을 나타낸 시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그 시절 이 구절이 왜 그리도 가슴을 헤집고 들어왔는지... 그 시를 배우면서 나는 8~9년 전인 아마 초등학교 1~2학년때의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 당시 나와 누나는 부모님과 따로 떨어져 서울에 살았고 부모님은 직업상 경북 봉화에 계셨다. 그래서 방학때만 부모님과 함께 생활했고 방학이 끝날때면 어김없이 기차를 타고 올라 와야만 했다.. 그 때가 아마 겨울 방학이 끝나고 올라올 때로 기억한다.. 당시 봉화에서 청량리 오는 기차는 낮 시간에 도착하는게 아니라 밤, 아니면 새벽에 도착했던 걸로 기억한다.. 아직은 찬바람이 매서운 겨울 기차에서 단 잠을 자던 나를 엎어서 내리시던 아버지 이미 내가 깼다는 걸 알면서도 ' 이놈의 자식 깼는데 안일어나네' 한마디 하시곤 엉덩이를 더 힘차게 받쳐주시던, 그 따뜻하고 넓은 등이 마치 김종길 시인의 산수유에 녹아드는 듯한 경험...
그 후로 나에게 산수유는 각별한 존재가 되었으나, 서울에서 살던 나는 산수유를 구경을 못했다.. 아니 지나치면서 봤다한들 나에게 이게 산수유라고 알려줄 사람도 없었으리라..
오늘은 우리부부와 아들이 같이 산수유 마을을 왔다... 지천에 펼쳐진 노오란 물결... 그 옛날의 생각에 슬며시 미소을 띄어본다. 우리 아이들은 내 아버지처럼 넓은 등을 가진 아버지를 가지고 컸을까... 아버지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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