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냉이꽃

돈마니해피4 2022. 4. 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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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변산을 자주 간다. 이 바쁜 세상에 자주 가 봤자 얼마나 자주 가겠냐만 그래도 일 년에 한 두 번은 간다. 이런 세월이 벌써 20년이 넘어가니 그간에 다녀온 횟수는 상당하다. 변산을 자주 찾는 이유는 두 가지 이다. 변산이 좋아서 , 또 다른 한 가지는 상당히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숙소가 있다는 것이다. 회사의 복지로 싸고 좋은 숙소가 바닷가에 있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그래서 이 숙소를 지인들과도 여러 번 가서 즐기다 오곤 한다... 

어느 해인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그때도 지인들과 같이 갔다... 우리 부부는 사실 아침시간에는 상당히 늦게 움직이는 편이다. 그래서 항상 숙소 퇴실 시간에 쫓기다 시피 해서 나오는 게 다반사다.. 물론 지금은 나이가 들어 아침잠이 줄어서 그 때 만큼은 늦게 움직이진 않는다. 그날도 우린 늦은 퇴실 준비를 하고 있었고 지인 부부는 그 시간에 주변을 산책하고 왔다. 지인 부부는 이 숙소 주변이 너무 좋다고 했다. 바다도 좋고 바닷가에 경치가 너무 좋다고... 우리 부부에게 산책해봤냐고 물어보는데, 뻘쭘히 웃었다, 그렇다 우리는 많은 밤과 아침을 그곳에서 보내면서도 한 번도 산책을 하지 않았다. 게으른 탓도 있지만 사실은 주변에 항상 있는 것에 대한 둔감함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그래서 그날은 출발을 늦추고 짧은 산책을 했다. 신기한 듯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너무 아름다운 자연이 우리를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듯이 반겨주었다....그 뒤로는 항상 퇴실하는 아침이면 숙소 주변의 아침을 바닷가의 짧은 산책로를 걸으며 변산 일정의 마지막 아침을 보낸다.

이번 여행에서는 아들도 함께였다. 아들과 같이 이 길을 걷는 것은 처음이다. 그러다 길옆에 수줍게 핀 냉이꽃이 눈에 들어왔다. 땅이 좋아서 몸에 비해 깊은 뿌리를 내리고 온 잎으로 땅을 감싸 안고 있으며 산들 바람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가늘고 긴 꽃대로 춤추고 있는, 올 겨울 머리에 이고 있었을 하얀 눈을 닮은 꽃을 피운 냉이꽃. 아들에게 냉이꽃을 알려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우리 아내님이 냉이꽃을 처음 봤다고 냉이꽃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한다. 물론 처음 본 건 아닐 것이다. 처음 인식을 했을 뿐이지... 역시 서울 사람.... 냉이도 식물이니 꽃이 피는 것이 이상하지 않을 텐데 우리의 머리 속에서 냉이는 그냥 음식이라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접하고 있는 사물의 쓰임에만 국한된 모습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그 사물의 본질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필요에 의해 그 사물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사물의 본질에는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물론 나도 그렇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부모님을 보는 우리의 마음인 것 같다.. 우리는 부모님을 자연인의 한 사람으로 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 부모님도 분명 자연인이고 한 사람의 남자이고, 한 사람의 여자일진데 우린 부모님이라는 중성의 단어에 두 분을 가두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나의 인격체로서의 부모님보다 나와 연관된 관념으로 부모님, 나에게 필요한 존재로서 부모님을 인식하고 있진 않을까?

나도 뜨거운 태양아래서 신나게 수영을 하며 밤새 모닥불 곁에서 인생을 노래하고 싶은 사람이지만, 일어설 때 마다 나는 뼈마디 부딪히는 소리가 날 붙잡고 해가 떨어지면 얼마 되지 않아 지구의 중력을 심하게 느끼는 눈꺼풀이 날 가로 막을 뿐이다^^ 그러니 우리 부모님들은 오죽할까... 나이가 들면서 점점 쓸데없는 생각만 많아진다.

냉이도 음식이기 전에 꽃을 피우는 식물이다... 

 

 

변산 서해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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