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나무, 나 그리고 부인님

돈마니해피4 2022. 4. 4.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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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나 그리고 부인님

남향으로 겨울에 해가 길게 들어오는 우리 집의 조그마한 거실에는 작은 나무가 한 그루 있다. 나는 나무이름에 관심이 없어 이름을 모른다. 너무 어려운 외국이름이라 의도적으로 이름에 관심을 갖지 않은 탓이다. 그렇다고 나무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무에 물주는 것이 집에서의 내 일 중 중요한 임무중 하나이니, 나무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까도 말했다 시피 우리집에 나무는 한 그루다. 이곳으로 이사오기 전부터 키우기 시작했으니 족히 6~7년은 키운 듯하다. 요즈음은 봄을 온몸으로 혼자 오롯이 맞이하는 양 연초록의 예쁜 잎으로 한껏 자신의 존재를 뽐낸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그 놈의 자태는 밖을 나가지 않아도 어느 정도 봄을 느낄 수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봄 내음이 내 몸에 젖어든다.

이 이름도 모르는 나무는 6~7년을 키웠지만 키가 크지 않다.  이 나무가 밖에서 얼마나 클 수 있는 나무인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우리 집에서 클 수 있는 이 나무의 크기는 정확히 안다. 우리 집에서 나무는 절대 내 키를 넘어서 클 수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 아내님의 확고한 신념(?) 때문이다.. 집안의 식물이 가장의 키 보다 크면 가장의 기가 눌려 일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어느 풍수책에서 봤다는 것이다. 이 간단한 이유 때문에 우리 집 나무는 올 가을에 또 다시, 아니 가을 전이라도 내 키를 넘는 순간 가차없이 아름답지 못한 삭발을 당해야 한다. 물론 나무가 아파트에서 자라기 때문에 아무리 자라야 내 키보다 조금 더 클 뿐이기에  많이 차이는 나지 않겠지만 왠지 나무에게 미안하다. 
가장이 부실해서 그런데 까지 신경 쓰면서 살아가는 아내에게도 미안하고...

미안한 마음에 살며시 나무에게 위로의 마음을 전해본다.
“나무야 그래도 얼마나 다행이니...내 키가 대한민국 성인 남성의 평균보다는 조금 더 크단다” 
얘기하는 김에 한 마디 더 덧붙여서 말해본다.
“나무야 바람결에 우리 부인님에게 말 좀 전해주렴... 당신이 해주는 칭찬 한 마디면 이미 세상에서 가장 높은 나무도 내 발밑에 있다고”

이 글을 우리 아내님이 보시지 않으시길 빌며^^
오늘도 우리 집은 화목하다....

 

 

나무 한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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