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이 되면서 더워지는 날이 점점 많아진다.
해마다 이상기온이지만, 계절의 큰 흐름은 어김없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한, 지구의 대기가 순환하는 한, 이 계절의 변화는 계속될 것이다...
겨울에 애물단지 같던 거실 귀퉁이에 있는 에어컨에 이젠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사람이 이렇게 간사하구나... ㅋㅋ
이사 올 때 샀으니 몇 년은 된 에어컨이다.
몇 년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핫한 무풍 에어컨이다.
살 때만 해도 생소했던 무풍 에어컨...
“무풍 기능은 바람없이 냉기만을 배출하고, 전기료도 싸고...”
영업 사원이 했던 말이다.
몇 년을 사용하고 보니 나름의 장점도 분명히 있다.
그중 하나가 안방에 있는 벽걸이에서 조용히 내려오는 냉기다.
보통 에어컨을 켜면 미풍이라도 불어 방안에 차가운 기운을 순환시킨다.
그래서 자다보면 발 아래가 시려서, 아니면 이불에서 노출된 부위가 직접 바람을 맞아 추워서 가끔 잠을 깨는데 무풍 에어컨은 그런 경우가 없다.
정말 자랑할 게 없나보다..
뜬금없는 에어컨 자랑이라니...
내가 하고픈 얘기는 바람이 없어도 자연스럽게(?) 퍼지는 차가운 기운이다.
차가운 기운도 될 수 있고, 따스한 기운도 될 수 있고...
이런 기운들은 자연스럽게 대기에 흡수되어 주변을 점점 더 시원하게, 점점 더 따스하게 만들어 준다.
바람 하나 없어도 디퓨저의 향기가 온 방안에 가득 차 듯이...
바람과 같이 격렬한 움직임은 없어도 누군가에게 느껴지는 기운으로 서서히 스며드는..
그런 사람이고 싶다...
따스한 기운으로 누군가에게...
시원한 기운으로 누군가에게...
격렬하지는 않지만 따스함을, 시원함을 서서히 내뿜으며...
누군가에 좋은 기억으로 저며들고 싶다...
그 누군가가 나와 가까운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내 아들이었으면...
내 딸내미였으면...
내 아내님이었으면 더 좋겠다...
거실 큰 창 액자를 통해 초록 내음 짙어진 새벽 산을 보면서 또 쓸데없는 생각 조각을 떠올린다.
이젠 여름 준비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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