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인적으로 주문진 어시장에서 파는 상품의 판매 가격이 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비싼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싸긴 하지만 남해이나 서해의 유명한 시장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비싸다고 느낀다. 그래도 동해에서 나오는 제철 생선은 동해가 산지인 까닭에 다른 지역에 비해 싸다. 대표적인 어종이 복어가 아닌가 한다.
수산물 전문가가 아니니 전문적인 내용을 생각하고 오신 분들은 되돌아가기를 빨리 누르시길^^
보통 12월초에 주문진에서 복어축제를 하니 아마 그 시기가 복어가 많이 잡히는 때일 것이다.
이 시기면 ‘이 가격에 복어회를 먹을 수 있는 곳이 없다’며 퇴직하신 선배 한 분은 꼭 주문진을 찾는다. 나도 그 말에는 동의한다. 복어의 제철은 다음해 2월말 까지다. 그래서 우리 부부도 겨울이면 한 번 정도는 주문진을 방문해 복어를 넉넉하게 사온다. 사온 복어는 그날 지리로 끓여 먹고 나머지는 냉동실에서 몇 개월을 버텨야 한다.
다시마, 황태 육수에 무 조금 넣고 끓여 내는 복어 맑은 탕에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미나리이다. 물론 미나리 없이도 맛있게 끓여 드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나는 복어 맑은 탕을 끓일 때는 꼭 미나리를 넣는다. 여기서 묘한 상황이 발생한다. 아까 말했듯이 복어의 제철은 한 겨울이다. 내가 좋아하는 미나리를 원하는 만큼 먹으려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 된다. 그래서 우리 집 복어는 몇 개월은 냉동실에서 버텨내야한다.
너무 오래 버티면 살이 많이 퍽퍽해질 텐데ㅠㅠ....
요즈음 비닐하우스에서 생산된 미나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드디어 나에게는 복어의 계절이 시작된 것이다. 복어가 만들어 내는 시원한 국물과 향긋한 미나리... 그야 말로 해장음식계의 BTS 라고 할 만하다. 남들에게는 겨울이 복어의 계절이겠지만 나에게는 이제 복어의 제철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미나리 때문에 복어의 계절이 돌아오다니... 주객이 많이 전도된 느낌이다. 그래도 미나리 없는 복어 맑은 탕은 생각하기 힘드니 어쩌겠는가,..
복어 맑은 탕을 앞에 놓고 우리 부부를 생각해 본다.
복어와 미나리...
제철보다 냉동실에서 많이 버텨준 복어...
복어를 만나기 위해(?) 비닐하우스에서 제철보다 조금 빨리 나와 준 미나리..
우리 집 복어 맑은 탕에서는 각자의 제철만을 주장하지 않는다...
배가 불룩한 복어를 보며 나를 생각하고, 봄 미나리처럼 향긋한 아내님을 생각한다..
서로 다름에도 같이 어우러져있는 우리 부부.
시원하고 감칠 맛 나는 맑은 탕이 혀를 지나 목을 타고 넘어간다...
다시 한 번 더 강조해서 말하지만 난 미나리가 참 좋다...
절대 우리 아내님에게 아부하는 거 아니다..
오늘도 우리 가족은 화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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